BOOK LOG/문장 큐레이션
오늘 밤, 이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미사키 / 발췌록 / 필사
this_summer (이여름)
2023. 2. 28. 20:04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밤에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소녀 히노 마오리와 무미건조한 인생을 살고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 가미야 도루의 풋풋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매우 수준 높은 청춘 소설로 탄생시켰다는 극찬을 받으며 제26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워크스문고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간질간질한 청춘의 로맨스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국면으로 끌고 가, 깐깐하고 엄격한 심사위원 모두를 눈물 흘리게 만들었다는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남긴 소설이기도 하다.
무미건조한 인생을 살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생 가미야 도루. 괴롭힘당하는 친구를 돕기 위해 나섰다가 의도치 않은 일에 휘말린다. “1반의 히노 마오리에게 고백하면 더 이상 괴롭히지 않을게.”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거짓 고백. 당연히 거절당할 줄 알았지만, 히노는 세 가지 조건을 내걸고 고백을 받아들인다. “첫째, 학교 끝날 때까지 서로 말 걸지 말 것. 둘째, 연락은 되도록 짧게 할 것. 셋째, 날 정말로 좋아하지 말 것.” 그렇게 시작한 가짜 연애. 함께 보내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히노를 향한 마음은 점점 커져가고, 도루는 세 번째 조건을 깨고 고백을 하고 만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나는 병이 있어.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고 하는데, 밤에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려. 그날 있었던 일을 전부.” 날마다 기억을 잃는 히노와 매일 새로운 사랑을 쌓아가는 날들. 도루는 히노의 내일을 언제까지고 지켜줄 수 있을까? 이들의 관계를 뒤흔들 어두운 그늘의 정체는 무엇일까?
- 저자
- 이치조 미사키
- 출판
- 모모
- 출판일
- 2021.06.28
#1. 다정함이라는 따뜻한 무기
가진게 다정함밖에 없는거야. 다정함 말고는 가질 수 있는게 없는 거야. 그것도 분명 아주 어중간해서 자랑할 게 못되는 다정함.
도루가 지키고 싶어 했던 건 분명 그런 네 미랭리테니까. 가능성일 테니까. 도루랑 보낸 시간은 과거로 돌리고 너다운 다정함을 발휘해서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줘. 그게 너한테는 가능해. 네 행복에는 손을 뻗을 수 있어. 그렇게 계속 살아가줘.
#2. 시간과 감각의 연결
히노는 밤에 잠이 들면 그날 있어던 일을 모두 잊어버린다. 하루하루를 쌓아 올릴 수 없다. 대체 얼마나 절망스러울까. 얼마나 괴로울까. 자기만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미래까지 빼앗겼다.
익숙해진 선화(線畫)의 궤적에 어제의 우리가 있다.
오늘 하루뿐인 히노와 어제와 이어진 내가 헤어졌다.
#3. 글이라는 장소
나한테 책은 읽는다기 보다 찾아갈 장소야
처음엔 저도 그랬거든요. 지금의 자기 자신한테서 도망치고 싶어서 썼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게 아니게 된 거예요. 자기를 확장해가기 위한 걸지도 모르겠다, 자기 자신의 새로운 말, 새로운 생각을 만나는 장소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4. 마음으로 하는 기억
나는 마오리에게 듣고 나서야 생각났는데, 슬프게도 세월은 내게서도 도루의 기억을 앗아갔다.
어떤 동영상이나 사진에도 남아있지 않은, 곁에 있던 사람 만이 그릴 수 있는 도루의 그림이었다.
모두 언젠가는 잃을 것들이다. 없어질 것들이다. 그래도 ...... 온갖 것이 변해간다 해도. 인생을 삶으로써 과거가, 아름다운 것이 흐릿해진다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있다. 마음이 그리는 세계는 언제까지고 빛바래지 않는다.

약간 무리해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약간 무리해서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