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 47기 후기 / 매일 글쓰기 / 한겨레 교육
나 의 1 0 0 일 글 쓰 기
1. 시작 전의 마음
작년 12월 초, 강릉 여행에서였다. 2023년은 어떻게 채워가야할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가닥이 엉뚱하게 잡히고 있었다. 대학을 다시 갈 것도 아닌데, 수능을 보겠다는 방향으로 잡혔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강릉에서 이슬아 작가님의 <부지런한 사랑>이라는 책을 읽었다. 빌리려고 한 책도 아니었는데, 그냥 책 제목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여행에 가져갔다. 책을 반쯤 읽었을 때, 내가 하고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알았다. 회사에서의 '나'로만 살아가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공부'가 하고 싶었다. 학교에서 어련히 마련해놓은 공부밖에 안해본 나는 수능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29살의 나에게는 목적지가 될 수 없는 공부임에도 말이다. 하지만 <부지런한 사랑>을 읽고 난 뒤에는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헛헛한 이 마음을 글과 생각으로 채워보자는 다짐과 함께.
바로 다음날 집에 가면서 글쓰기 강좌를 찾아보았다. 너무 전문적이거나 본격적이진 않지만, 마냥 가볍지는 않은 강좌를 찾았다.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 뒤 시작하는 강의여서 의지력이 꺾이기 전에 시작할 수 있었으며, 100일동안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찾아본지 30분도 안되서 바로 신청을 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기간에 비해 꽤 빠르게 수강을 결정했다. 그 선택을 한 나에게 칭찬 해주고 싶다. 만일 더 고민했다면 아마 못했을 것이다. 오래 고민할수록 해야할 이유보다 하지 못할 것 같은 이유가 더 많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갑자기 시작한 글쓰기를 통해 나를 알아가고 보듬어가면서 2023년을 여느때와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
2. 과정소개 (한겨레 교육 사이트 발췌 )
왜 100일이어야 하는가?
‘100’은 마법의 숫자입니다. 100일은 곰을 사람으로 변화시킵니다.
100일 동안 여러분은 장점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기분 좋은 첨삭도 받게 됩니다.
무거운 연장을 수도 없이 들고 떨어뜨리고 내두르고 놓치다보면,
어느덧 무겁디무거운 연장을 가볍게 들고 예리하게 휘두르게 될 겁니다.
□ 진행 방법
100일 동안 매일 온라인 카페에 한 편씩 써서 올립니다.
총 8회 진행되는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합니다.
□ 글 피드백
오프라인 모임에서 원하시는 분은 무기명 첨삭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점은 살리고 부족한 점은 메워주는 <긍정적 첨삭>입니다.
□ 규칙
매일 한 편씩 씁니다.
자유 주제 (자세한 사항은 1회차 글쓰기 수업에서 안내, 그날부터 100일 글쓰기 시작)
완결된 글을 씁니다. (짧아도 상관없습니다.)
분량은 A4반장 이상, 200자 원고지 2장 이상.
□ 특징
1. 자신의 페이스대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글과 비교하며 좌절할 필요 없습니다. 깔아주고, 펼치고, 모아주는 세 문장으로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익숙해지면 조금씩 문장을 늘립니다.
2. 세 문단으로 완결된 글쓰기를 합니다. 자기검열 없이 생각나는 대로 휘갈기는 낙서라고 해도 반드시 완성되고 정제된 글을 씁니다.
3. 카페에 올린 글들을 보며 격려해주고 용기를 받을 수 있습니다.
4. 주기적으로 만나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글쓰기 기초의 다양한 방법을 접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자극을 받고 포기할 수 없는 ‘나’ 또한 만날 수 있습니다.
5.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행하고 방치되고, 결국 주저앉는 여타의 100일 글쓰기와 다릅니다. 코치와 동료의 세심한 격려와 리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수강 추천 대상
- 글쓰기 습관을 기르고 싶은 분
- 글쓰기로 곰사람이 되고 싶은 분
- 글쓰기 근력을 기르고 싶은 분
- 글쓰기의 두려움을 느끼시는 분
- 함께 격려할 글친구가 필요한 분
https://m.hanter21.co.kr/servlet/controller.homepage.MobileServlet?G_searchTag=100일%20글쓰기
3. 100일간의 소회
100일동안 글이 꽤 쌓여 하루만에 다 읽어보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글 사이 사이 나의 연말연초가 담겨있었다. 매번 다짐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 툴툴거리면서도 할 것을 마쳤던 내가 보였다. 아마 100일 글쓰기가 끝나더라도 나의 생은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좌절할 때면 '의무감'이라는 지푸라기를 잡고 올라왔고, 다짐할 때는 '기어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하루가 담긴 글들이 꽤나 멋져보이고 좋았다. 구체적인 글을 쓰고 싶다는 다짐도 어느정도 이뤄진 것 같다. 머릿 속을 부유하는 관념덩어리로 가득한 글에서 벗어나, 꽤 현실적인 글도 많이 썼다.
내 글에 담긴 특유의 '쪼' 같은 것도 알게 되었다. '나'를 많이 사용하고, '것'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애용한다는 점이다. '나'와 유사한 단어를 많이 사용함은 글과 나 사이의 거리가 너무 좁기 때문이다. 꾸준한 요약하는 연습을 통해, 글과 나의 간격이 넓은 글도 많이 쓰고 싶다. '것'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 이유는 사용할 만한 '단어'가 부족해서였다. 그래서 책을 읽어나가면서 꾸준히 단어를 수집하려고 한다. 100일 글쓰기로 얻은 가장 큰 성취 두 가지를 고르자면 단연 '요약연습'과 '단어수집'이다.
100일 글쓰기를 하면서 머릿 속에 있는 생각을 글로 옮기는 속도도 빨라졌다. 컴퓨터나 핸드폰 앞에서 주저하고 멈칫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졌다. 머릿 속에 생각나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적는다는 느낌으로 초고를 쭉 쓸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는 아쉬운 점과 연결된다. 편한 글쓰기를 많이 하다보니 구성과 개요를 짜야하는 긴 글이 전보다도 더 부담스러워졌다. 주제가 있는 글 하나를 쓰기 위해서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전보다도 더 길어졌다. 100일 글쓰기를 하면서 좋은점과 아쉬운 점을 종합하자면 빠르게 많이 만들어낼 수 있지만 퀄리티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일 쓰되, 한 주에 한편 혹은 두 주에 한편은 길게 생각하고 쓰는 연습을 하면 될일이다. 사실 서평이나 영화리뷰까지 성실히 제출 했으면 부족한 부분마저 다 채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4. 100일을 마치고 난 뒤
3월 27일이되면 나를 위한 의무가 하나 사라진다. 다시 글을 쓰지 않는 삶으로 돌아갈 것인지 이 감각을 유지할지는 순전히 나에게 달렸다. 혼자만의 의지와 다짐만으로 해낼 수 없음을 이제는 안다. 어딘가 느슨한 관계 속에서 소속되어 다시 글을 쓰게 될지, 아니면 혼자 티스토리에 쓰고 말지 모르겠다.3월 27일이 되면 갑자기 길을 잃어 버린 아이로 돌아갈 것 같아서 두려운 마음도 있다. 습관처럼 몸에 베어버린 글쓰기를 '마치는 마침표' 보다도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라는 물음표가 더 크게 남아버렸다.
100일 글쓰기를 마치고 딱 1주일이 지났다. 104일까지는 글쓰기 관성을 유지하나 했지만, 아쉽게도 여행과 함께 끝나버렸다. 하지만 다시 글쓰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오전과 오후의 내 직업이 직장인이라면, 저녁에는 글쓴이가 된다. 지난 100일간 그랬듯, 앞으로도 그런 삶을 살 수 있다. 멈칫 했으나 오늘 다시 돌아온 것처럼. 직장인이라고 매일 8시간을 집중해서 일하지 않듯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그저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오래도록 읽고 쓰겠다. 100일 글쓰기는 나에게 '방아쇠'였다. 이제 나의 글이라는 총알은 바람을 가로지르며 시공간을 유영하겠지. 빠르게 갔다가 느리게 갔다가 아직은 어딘지 모를 과녁에 맞닿을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