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위어 / 발췌록 / 필사 / 느낀점
<함께 들었던 곡>
- 아티스트
- aespa
- 앨범
- Tetris (Motion Picture Soundtrack)
- 발매일
- 1970.01.01
playlist 🎧aespa - Hold On Tight
- 저자
- 앤디 위어
-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
- 출판일
- 2021.05.04
한 줄 평
지구를 구하는 선함과 우주를 구하는 우정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마음에 간직할 수 있는 책
스트라트 “사람들은 늘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 존재와의 첫 만남은 ufo를 타고 온 초록색 인간들과의 만남이 될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말이죠. 이렇게 단순하고 지능이 없는 종과 만나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당신의 몸을 별들에게 맡깁니다.”
30년. 나는 아이들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30년 뒤면 이 아이들 모두가 40대 초반이 된다. 이 아이들이 그 모든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 아이들은 목가적인 세상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세계 멸망이라는 악몽 속에 내던져진다.
그레이스가 헤일메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큰 이유가 되어주었던 ’아이들‘.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르치는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주기 위해 하던 일을 다 내던지고, 위험천만했던 실험을 감수하고 뛰어드는 용기. 전지구적 사명감보다 그저 내 눈앞에 있는 이 아이들을 지키고자하는 마음이 더 크고 확실해보였을 거다.
이어지는 몇 시간 동안 우리는 함께 쓸 수 있는 단어를 수천 개까지 늘려 간다. 언어는 일종의 기하급수적 체계다. 단어를 알면 알수록 새로운 단어를 설명하기가 쉬워진다.
암묵적인 합의에 따라, 우리 사이에서 같은 단어를 세 번 말하는 것은 엄청난 강조를 의미하게 됐다.
그레이스와 로키가 전혀 다른 별에서 왔음에도 함께 언어를 공유해나가는 과정이 신선하고 재밌었다.
나는 한 번도 색깔을 신비스로운 존재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색깔에 대해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누군가에게 색깔이란 틀림없이 꽤 이상한 존재일 것이다. 자기장 스펙트럼 내의 주파수 범위에 이름을 붙여두다니. 하긴, 내 학생들은 모두 눈을 가지고 있는데도 내가 ‘엑스레이’니 ‘극초단파’니 ‘와이파이’니 ‘보라색’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빛의 파장이라는 얘기를 해주면 놀란다.
물체를 소리로 ’본‘다는 포인트가 어려웠다. 하지만 시각을 통해 주된 정보를 파악하는 우리의 모습 또한 로키에겐 이해하기 어려웠을 거다. 새삼 ‘본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진짜인지에 대해서도. 진짜가 아니라 그냥 빛의 굴절에 의한 착각이자 하나의 주파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조금 슬프다.
신이 상대성 같은 걸 만든 건 진짜 멋진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안그래요? 빠르게 움직일수록 경험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니. 꼭 주님이 우리에게 우주를 탐험하라고 초대하는 것 같지 않나요?
괴짜 과학자가 했던 이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신의 존재를 믿진 않지만, 우주를 창조한 무언가가 ‘상대성’을 만든건 진짜 멋진 일이라는데에 동의한다. 물리적인 빠른 움직임 뿐아니라 정신적인 활동에도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본능적으로 우리는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것 같다. 그 움직임이 무얼 만들든 그것은 인간의 자유이지만.
”계산은 생각이 아님. 계산은 과정임. 기억은 생각이 아님. 기억은 저장임. 생각은 생각임. 문제, 해결. 너랑 나는 같은 속도로 생각함. 왜, 질문?“
머릿 속에서 움직이는 건 모두 생각이라고 여겼는데, 이렇게 따지고보니 아니다. 계산은 수학적 연산에 의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과정이고, 기억은 생각들의 저장이다. 내가 생각한다고 여기는 것 중에 진짜 생각은 얼마나 될까?
사람마다 생각의 속도가 다르고, 생각이 진전하여 닿은 결과도 다르다. 외계 생명체와 같은 속도로 생각하고 같은 결론에 이른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너랑 나는 둘 다 우리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죽으려 함. 왜, 질문? 진화는 죽음을 싫어함.“
”종족 전체로 봐서 좋은 일이잖아.“ 내가 말한다. ”자기희생 본능은 종 전체가 지속될 가능성을 높여줘.“
”모든 에리디언이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죽지는 않음.“
나는 키득 거린다. “인간들도 그래.”
“너랑 나는 좋은 사람.” 로키가 말한다.
“그러게.” 나는 미소를 짓는다. “그런 것 같아.”
나는 지구를 구하고자 고결하게 목숨을 바친 용감무쌍한 탐험가 같은 게 아니다. 나는 문자 그대로 발버둥치고 비명을 지르며 이 임무에 끌려 들어온, 겁에 질린 인간이다.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죽으러 온 로키와, 그런줄 알았으나 억지로 끌려온 그레이스. 하지만 둘 다 각자의 별과 우정을 지켰다. 대단한 결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획기적인 과학적 발전이라니, 이상한 기분이다. ’유레카‘의 순간은 없었다. 저 목표를 향한 느리고 점진적인 진전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정말이지, 그 목표에 도달하면 기분이 좋다.
세상을 바꾸는건 느리지만 꾸준한 진전이다. 나를 바꾸는 것 또한 하나의 대단한 성취보다 켜켜이 쌓여 가는 별거 아닌 하루들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다시 한번 보면 좋을 문장이다.
스트라트 “요즘 사람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좋은 시절을 살고 있는지 몰라요. 과거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참혹한 비극이었죠. 시간을 거슬러 갈수록 상황은 심각해요.”
중략
“5만 년 동안,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인간의 문명은 한 가지, 오직 한 가지만을 위한 거였어요. 바로 식량이죠. 존재했던 모든 문명은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 인력, 자원을 식량에 들였습니다. 사냥하고, 수집하고, 농사를 짓고, 가축을 치고, 식량을 보관하고 분배하고, 전부 식량 문제였어요.”
중략
“산업혁명으로 농업은 기계화됐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는 다른 것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건 겨우 200년 동안의 일이에요. 그전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생 대부분을 식량 생산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문화를 향유하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가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수년간의 학생시절과 수개월간의 백수시절엔 이런 책을 읽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공부해야했고, 그 외 시간엔 쉬어야했다. 여유가 없는 탓에 쉬는시간에 생산적이고 지적호기심을 누릴 수도 없었다.
스트라트 “아, 그럴 거예요. 분명히 그럴 겁니다. 박사님을 포함한 세 사람은 타우세티로 가겠죠. 나머지 우린 지옥으로 가요. 더 정확히 말하면 지옥이 우리한테 다가오는 거지만.”
우리는 단단한 소재를 마법의 장벽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분자 규모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단단한 소재는 분자로 이루어진 가닥이거나 원자로 이루어진 격자이거나 둘 다에 해당한다. 작고 작은 영역으로 내려오면, 단단한 물체들은 벽도로 만든 벽이라기보다는 빽빽한 밀림에 더 가깝다.
신기했다. 책 속에는 어려운 과학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는 부분들이 많다. 그 중에서 하나를 골랐다!
<옮긴이의 말>
앤디 위어는 그런 라일랜드가 영웅적 비장함 때문이 아니라, 하찮게까지 보이는 평범한 선량함 때문에 ’두 인류의 구원‘이 될 용감한 결단을 내리는 과정을 놀랍도록 실감 나게 그린다.
요즘 우리 마음속을 꽉 사로잡고 있는 지구 종말의 위기가 실제로 닥친다면, 과연 그 위기에서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의 자질은 과연 무엇일까?
라일랜드 그레이스가 가진 자질은 과학적 전문성과 창의력, 호기심, 열린 마음, 친절함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평범한고 흔한 ‘착함’이었다.
그기로 내게는 그가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레이스는 반복해서 “왜 하필 나?”라는 이야기를 많이했다. 처음 스트라트에게 갔을 때도, 마지막 헤일메리호에 승선하게 될 때까지도 끊임없이 “왜? 하필? 나?”라는 의문이 있었다. 어쩌면 역사를 전공한 스트라트는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인간의 무수한 역사 속에서 우리를 지켜낸 것은 ‘이기심’이 아닌 ‘이타성’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레이스가 그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