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LOG/문장 큐레이션

글쓰기의 쓸모, 손현 / 발췌록 / 필사 / 느낀점

this_summer (이여름) 2023. 4. 25. 19:39
글쓰기의 쓸모
SNS에 사진 한 장 올리며 덧붙인 한 줄, 상대방을 웃기기 위해 고심해서 보낸 문자 한 줄, 인상 깊어서 공유했던 콘텐츠, 감정에 북받쳐 후루룩 써내린 일기… 무심코 흘려보냈던 이 모든 것들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퍼블리(PUBLY), 매거진 B를 거쳐 지금은 토스에서 글을 짓고 있는 저자 손현은 그 조각들을 어떻게 하나의 긴 글로 쌓아 올리는지 보여준다. 에디터, 콘텐츠 매니저, 마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제때 잘 써야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 인생의 매 순간마다 조금씩 성취하는 삶을 살고 싶은 이는 결국 글을 써야 한다. 긴 글을 ‘잘’ 쓴다는 건 결국 잘 사는 일과도 같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쓸모》는 당신의 런닝메이트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손현
출판
북스톤
출판일
2021.05.26

 

뇌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을 바닷속 미역 줄기에 비유해보자. 바깥에서 보기에는 이게 물인지 미역인지 흐물흐물하고, 형체도 한 번에 파악하기 힘들다. 글로 정리한다는 건 그 미역 줄기를 꺼내는 작업이다. 나중에 그걸 말려서 부각을 해 먹든, 다시 불려 국으로 끓이든 자유다. 그 관념을 꺼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자신이 원하는 일이 글쓰기이든 그 외의 것이든 '원하는 것'을 구체화하는 데는 글쓰기가 제격이다.

 

모두가 살아온 과정은 고유의 궤적을 그린다. 그 궤적이 축적되면 한 사회의 소중한 사료가 될 수도 있다.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은 그 스스로 역사가 되어 결국 자신의 삶에서 승리할 것이다. 나 또한 글쓰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됐다. 어쩌면 이게 글쓰기의 가장 큰 효용이 아닐까?

어느날 생산적인 공부를 갈망하며 잠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어준 영상으로 새로운 작가님과 새로운 책을 만나게 됐다. 아침에만 20%정도를 후루룩 읽어버릴수 있을만큼 가독성도 좋았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글쓰기로 만들어내는 결과도 멋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 읽고 쓰자!!!” 마음을 다잡았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권태감에 휩싸인 나에게 찾아와 준 고마운 책이다. #고요 작가님의 #나는내가왜살아야하는지몰랐습니다 처럼, 의도하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에 딱 맞는 책이 매월 찾아와줘서 고맙다.
 

타인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나만의 생각에 갇힌 글은 생명이 짧다. 완독에 실패할 확률도 높다. 지나친 자기 검열은 글 쓰는 행위 자체를 주저하게 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의 자가점검은 필요하다. '혹시 내 생각이 틀린 건 아닐까?'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성실함이 축적된 시간은 그 자체로 큰 힘이다. 일주일에 한 편씩, 분량에 상관없이 꾸준히 쓰는 훈련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파워 블로거'가 되기도 한다.

 

"그래, 그거예요" 어쩌면 코치의 이 칭찬 한마디를 듣기 위해 레슨을 꾸준히 받는 건지도 모르겠다. 당장은 경쟁에서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게임보다 이런 안정감을 주는 루틴이 필요하다. 스님이 아침에 목탁을 두드리듯. 오늘도 언제 어디서나 토독토독, 타닥타닥 쓴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잘 못해서기하지만, 게임을 하고싶지 않아서도 있다.(겨루지 않는 운동은 거의 없다…) 배드민턴도 게임 하자 하면 되려 흥미가 반감됐다. 그 이유를 오늘 책을 읽으며 느꼈다. 누군가를 이겨서 듣는 “나이스”보다 미션을 클리어 했을 때 듣는 “나이스”가 더 좋았던거다. 내가 아직은 그럴 단계고, 그럴 시기여서. 연장선상으로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와 경쟁할 필요 없이 나만 성실하면 되고, 잘 쓰면 되니까 말이다.
 

보통명사를 제목으로 쓰는 일은 지양하는 편이 좋겠어요.

 
#사진과글

첫째, 글 쓰려는 대상에 관한 사진은 꼭 찍어두는 것이 좋다.
둘째, 특정 주제를 정해 반복하여 찍어보자.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이용해 아카이브하는 것도 가능하다.
셋쨰, 같은 대상을 여러 구도로 찍어보자. 특정 사진이 일련의 연속성을 지니면 시리즈의 커버 이미지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지금 시대의 여성에게 필요한 건 겸손보다 믿음이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다는 믿음, 내가 하는 말이 많은 이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는 믿음. 이미 젠더 권력을 갖고 있는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모순될 수도 있지만, 남성에게 상대적으로 더 필요한 건 믿음보다 자기검열이다.

 
#긴글을쓸때

첫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은 피하자. (중략) 비행기에서 세상을 내려다본 것처럼 쓰지 말고, 눈 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어떤 장면을 써보자. 만약 비행기 안에 있는 상황이라면 스크린에 어떤 영화가 재생 중인지, 내가 선택한 기내식 메뉴는 뭔지, 옆 자리에는 어떤사람이 앉았는지 등 가능하다면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둘째, 첫 문장부터 길게 쓰지 말자.
셋째, '나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은 피하자. (중략) 긴 글 속에 '나'를 언급할 기회는 꼭 첫 문장이 아니어도 많다. 보다 매력적인 어떤 장면, 차라리 내가 처한 상황으로 이야기를 바로 시작해보자.

 
#롱런의조건

첫째, 시간을 충분히 쓰자.
둘째, 스스로의 한계를 인지하자.
셋쨰, 러닝메이트는 꼭 필요하다. (중략) 흔히 러닝메이트라고 하면 늘 곁에 머물며 지치지 않고 페이스를 이끌어주는 초인적 존재를 상상하기 쉽지만 현실은 다르다. 러닝메이트 역시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어떤 요인 때문이든 먼저 지칠 수 있다. 그럼 서로 역할을 바꾸면 된다. 내가 누군가의 러닝메이트가 되는 것도 결과적으로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성취에 대한 보상이 스스로에게 돌아오므로 자기강화(self-reinforcement)로 연결된다는 장점도 있다.

나의 글쓰기 러닝메이트는 블로그다. 사람들의 기록을 보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제각기 다른 일생을 사는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 달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결국 감정이 전부다. 한때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면서 내린 결론이었는데 여전히 내 삶을 지지하는 명제가 될 줄은 몰랐다. 갖멍이 내 삶을 더욱 풍성하게 가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동안 기쁨을 주로 좇았다. 앞으로는 잔잔한 기쁨을 모두 끌어내릴 만큼의 슬픔도 겪을 것이다. 그 냉정한 사실이 여전히 무섭다. 하지만 이제는 기쁨과 슬픔, 설렘과 아픔 모두 받아들이려 한다. 그때에도 담담하게 시간을 견딜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스스로의 마음을 너무 도려내지. 그러다 서른쯤 되면 감정이 메말라버려서,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시작하려 해도 점점 마음을 열지 않게 될 거야. 하지만 상처 받기 싫어 아무것도 느끼지 않겠다고? 이 얼마나 낭비니! (…) 어떤 삶을 살든 그건 네 마음이다. 다만 너의 몸과 마음이 인생에 단 한번만 주어진다는 걸 기억하렴. 섬세한 마음은 어느새 무뎌질 테고, 몸도 마찬가지겠지. 아무도 너를 바라보지도, 가까이하지도 않으려는 때가 온단다. 지금의 슬픔, 아픔, 모두 간직하렴. 네가 느낀 기쁨과 함께 말이다.
-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