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LOG/문장 큐레이션

인생의 역사, 신형철 / 느낀점 / 필사 / 발췌록 / 문장큐레이션

this_summer (이여름) 2023. 5. 1. 21:40

📚 인생의 역사
⭐️ 4.5 / 5

💌 한 줄 요약 : 인생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순간들을 포착한 시를 소개하는 인생책
📍 독서기간 : 2023년 4월
📍 저자소개 : 신형철 (다른 책도 궁금해짐, 특히 #슬픔을공부하는슬픔)
📍 키워드 : #시화 #인생책 #순간의감정
📍 구조 : 역사(선) 속 한 개인의 인생(원)안에 있는 사랑(면)과 고통스러운 각, 그리고 그러다 부식되어 죽음(점)을 형해 달려가는 구조라고 추측해본다.

🔖 프롤로그
신형철 작가에게 자신을 지켜야만 할 정도로 사랑하는 생명체에게 이 책을 선물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부모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사랑하여, 내 몸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지켜내야만 하는 그런 사랑.

🔖 1부, 고통의 각
- 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다 허상일거라고, 대체 왜 믿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무지가 부끄러워졌다. 신의 존재가 아닌 신을 만들어낸 인간에 집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나는 이 메세지가 책에 나온 내용 중 가장 충격적이었고, 마음이 움직였다.

🔖 2부, 사랑의 면
- 사랑을 발명한다는 점이 신기하고 신선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1부인 고통과 같은 맥락에서 발명된 사랑이어서 더 깊이 와닿았다.

🔖 3부, 죽음의 점
- 국가적 대참사가 오래도록 아픈 이유가 설명되었다. 한 사람, 한 가족, 한 마음의 슬픔을 감당하기엔 그 ‘오래도록’마저 짧다. 나는 애도하는 마음을 다시 배웠다.

🔖 4부, 역사의 선

🔖 5부, 인생의 원
- “인생이라는 불에 문학은 맞불이라는 것”이라는 말을 되뇌였다. 맞불은 불 앞에 놓고 탈 것을 다 소진시켜서 불을 끄는 건데, 왜 인생에 맞불을 놓아야 할까? 여기서 말하는 인생은 부정적인 것을 의미하는걸까? 의문이 가득했는데 잘 해소가 되지 않았다. 이성복 시인의 시를 더 읽고 싶어졌다.

🔖부록, 반복의 묘
- 사랑하며 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사랑에 인색하지 말자

🏷️ 느낀점
시화라고 해서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프롤로그부터 난 알게되었다. 이 책은 두고두고 읽어야하는 책이라는 걸… 올해들어 처음으로 책에 밑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쳤다. 3부까지는 한 장 한 장 아껴가면서 읽을만큼 너무 좋았다. 4부~5부 서서히 힘이 빠져서 부록은 제대로 읽지 못했다. 하지만 난 그게 책의 탓이라기 보다 그저 내 상황탓에 돌리고 미뤄보려고 한다. 힘이 빠졌던 4~5부 마저 좋았던 글이 너무 많았으니까! 언제 또 꺼내볼진 모르겠지만, 나중에 또 보자!

인생의 역사
우리 문학을 향한 ‘정확한 사랑’이자 시대를 읽는 탁월한 문장, 평론가 신형철이 4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다섯번째 책이자 처음으로 선보이는 ‘시화(詩話)’임에 그 제목을 『인생의 역사』라 달았다. 저자 스스로 ‘거창한 제목’이라 말하지만, 그 머리에 ‘인생’과 ‘역사’가 나란한 까닭은 간명하다. 시를 이루는 행(行)과 연(聯),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일. 우리네 인생이, 삶들의 역사가 그러한 것처럼. 총 5부에 걸쳐 동서고금 스물다섯 편의 시를 꼽아 실었다. 상고시가인 「공무도하가」부터 이영광 시인의 「사랑의 발명」까지, 역사의 너비와 깊이를 한데 아우르는 시들이다. 시 한 편마다 하나의 인생이 담겼음에, 이를 풀어 ‘알자’ 하는 대신 다시 ‘겪자’ 하는 저자의 산문을 나란히 더했다. 여기에 부록으로 묶은 다섯 편의 글은 시의 안팎을 보다 자유로이 오가며 써낸 기록이다. 시를 함께 읽고자 함이나 그 독법을 가르치는 글은 아니다. 직접 겪은 삶을 시로 받아들이는 일, 그리하여 시를 통해 인생을 살아내는 이야기라 하겠다. 저자의 말대로 시를 읽는 일은 “아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일 터이므로. ‘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이다. 시는 행(行)과 연(聯)으로 이루어진다. 걸어갈 행, 이어질 연. 글자들이 옆으로 걸어가면서(行) 아래로 쌓여가는(聯) 일이 뭐 그리 대단할 게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건 인생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인생도 행과 연으로 이루어지니까. (7쪽) * 『인생의 역사』 초판 한정으로 출고된 양장본은 현재 소진되어, 2쇄부터 무선본으로 출고되오니 도서 구입시 참고 부탁드립니다.
저자
신형철
출판
난다
출판일
2022.10.17


프롤로그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베르톨트 브레히트

23p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자기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일이 됐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의무’가 되면 자신을 망가뜨릴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1부 / 고통의 각

가장 오래된 인생의 낯익음
<공무도하가>, 백수광부의 아내

34-35p
인생에는 막으려는 힘과 일어나려는 힘이 있다는 것. 아무리 막아도, 일어날 어떤 일은 일어난다는 것.


무죄한 이들의 고통에 대하여
<욥의 마지막 말>

43p
인간은 자신의 불행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견디느니 차라리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려 헤매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44p
무신론자에게 신을 받아들이는 일이란 곧 사유와 의지의 패배를 뜻할 뿐이지만, 고통의 무의미를 견딜 수 없어 신을 발명한 이들을 누가 감히 ‘패배한‘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신을 발명하기 전에 인간이 인간을 구원할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생
<20년 후에, 지에게>, 최승자

이상하지.
살아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2부 / 사랑의 면

그대가 잃을 수밖에 없는 그것
<소네트 73>,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대가 이것을 알아차리면
그 사랑이 더 강해져,
그대가 머지않아 잃을 수밖에 없는 그것을 더욱 사랑하게 되리라


연인들에게 묻는다. 우리의 존재를
<두이노의 비가 중 제2비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87p  
답이 있기는 하되 그것이 질문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적어도 시에서는 그렇다. 위대하다는 시인들의 시를 읽으면서 그들의 답에 놀라본 적이 별로 없다. 그 답은 너무 소박하거나 반대로 너무 거창했다. 그러나 누구도 시인들만큼 잘 묻기는 어렵다. 나는 그들로부터 질문하는 법을, 그 자세와 열도와 끈기를 배운다. 그것이 시를 읽는 한 가지 이유다. 인생은 질문하는 만큼만 살아지기 때문이다.


무정한 신과 사랑의 발명
<사랑의 발명>, 이영광

97p
나는 인간이 신 없이 종교적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를 생각하는 무신론자인데, 나에게 그 무엇보다 종교적인 사건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곁에 있겠다고, 그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무신론자는 신이 없다는 증거를 쥐고 기뻐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염려하는 사람이다. 신이 없기 때문에 그 대신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의 곁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 세상의 한 인간은 다른 한 인간을 향한 사랑을 발명해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신이 아니라 이 생각을 믿는다.


착한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
<기러기>, 메리 올리버

113p
세상 혹은 자기와 싸우다 패배하여 자책과 회한의 날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 이 세상에는 그럼에도 당신의 자리가 분명히 있다고 말하는 시다.



3부 / 죽음의 점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이유
<장례식 블루스>, w.h.오든

130-131p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 <나란 무엇인가>를 떠올렸다. 진정한 나를 찾느라 번민하는 이들, 혹은 너무 많은 나 앞에서 자신을 위선자라 자학하는 이들에게, 이 일본 소설가는 그냥 우리에게 여러 개의 나가 있음을 인정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나’란 나눌 수 없는 ‘개인’이 아니라 여러개의 나, 즉 ‘분인’들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여러 사람을 언제나 똑같은 ‘나’로서 만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누군가와 반복적인 커뮤닠이션을 하다보면 그 앞에서만 작동하는 나의 어떤 패턴(즉, 분인)이 생긴다는 것. ‘나’란 바로 그런 분인들의 집합이라는 것.
131p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와의 관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탄생하는 나의 분인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중략) 그를 잃는다는 것은 그를 통해 생성된 나의 분인까지 잃는 일이기 때문이다.
132p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떄문이다. 저 말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죽음을 세는 법’을 알게 됐다. 죽음을 셀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애도의 출발이라는 것도.


외로움이 환해지는 순간이 있다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니>, 황동규

추억이란 애써 올라가
미처 내려오지 못하고 꼿꼿해진 생각이 아닐까.
140p
추억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애착이 빚은 일종의 정지 상태라는 것. 그 추억에서 이제는 내려와야 할 때가 되었다. 개미가 다시 내려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는 아버지를 비로소 떠나 보냈고, 외로움은 환해져 호로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짐작해보는 것이지만 나는 아직도 홀로움을 다 알지 못한다. 아마도 그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이리라.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의 황제
<아이스크림의 황제>, 월리스 스티븐스

있는 것이 보이는 것의 피날레가 되도록 해

145-146p
모든 ”보이는 것(seem)“은 결국 ”있는 것(be)“으로 남게 된다는 것. 어떤 ‘있는’ 것이 다양하게 자신을 꾸미고 바꾸어 특정한 방식으로 ‘보이게’ 하며 만들어가는 것이 일생이다. 한 생애를 통해 다양하게 존재했던 ‘보임’이 아주 단순하고 투명한 ‘있음’으로 축소되는 순간이란 언제인가. 바로 장례식이다.


운명이여, 안녕
<서시>, 한강

156p
죽음으로 미리 달려가보는 일이 지금 이 삶을 위한 것이었듯, 최후의 순간에나 가능할 운명과의 만남을 당겨 상상해보는 것 역시 내가 지금 살고 싶은 삶이 어떤 것인지를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4부 / 역사의 선

윤동주는 ‘최후의 나’를 향해 갔다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176p
그는 시를 쉽게 쓴 것이 아니라 인생을 어렵게 살았다. 자신을 넘어서려는 노력, 결국 ‘최후의 나’에 도달하려는 노력, 그것이 그를 죽게 했고 영원히 살게 했다. 이제 나는 그의 문장을 반대로 뒤집어 나에게 읽어준다. ‘시는 쓰기 어렵다는데 인생이 이렇게 쉽게 살아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5부 / 인생의 원

하나의 절망을 극복하기 위한 임의의 다른 절망
<생에 대한 각서>, 이성복

211p
인생이라는 불에 대해 문학은 맞불이라는 것. 그렇구나. 나를 태우는 불을 끄기 위해 나는 타오르는 책들을 뒤적이는 사람이 된 것이다.


절제여, 나의 아들, 나의 영감이여
<봄밤>,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228p
서둘지 말고, 바라지 말고, 당황하지 말라. 이 셋은 자주 엉킨다. 바라는 것이 너무도 많은데, 이룬 것이 너무 없어 당황스러울 때. 그 때 서두르게 되는 것이다. 그때가 위험한 때다. 김수영이 걱정한 것도 그것이지 않을까. 빨리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마음에 지면 나를 잃고 꿈은 왜곡된다.


이 나날들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살 수 있을까
<나날들>, 필립 라킨

233p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아래쪽에서 위로 점점 물이 차오르는 일이며 그렇게 한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지난 시간들은 수몰되는 집처럼 그 형태 그대로 가라앉는다‘ — <작은 큐브로 만든집>
237p
우리에게 매년 주어지는 365개의 나날들, 그것들 외에 또 어디에서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모두가 사랑하고 대부분 오해하는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244p
’우리는 자신의 선택에 필연적인 이유가 있기를 원하고, 또 가능하다면 그 이유가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이기를 바란다는 것.‘ 그래서 화자는 마지막연에서 예감한다. 자신이 훗날 이날의 선택을 다소 미화된 방식으로 회상하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246p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외로운 선택을 한 사람의 자기 긍정을 표현한 시? 자의적 선택에 사후적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의 자기기만을 꼬집은 시? 후회가 많은 이에게 들려주는 부드러움 충고의 시? 나의 대답은,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어서 한번 놓친 길은 다시 걸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이 시는 말하지만, 작품은 길과 달라서, 우리는 시의 맨 처음으로 계속 되돌아가 작품이 품고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을 남김없이 다 걸어도 된다. 다행이지 않은가, 인생은 다시 살 수 없지만, 책은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부록 / 반복의 묘

오타쿠의 덕 / 어느 ‘윤상 덕후’의 고백

254p
히라노 게이치로는 우리가 자신의 전부를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중략) 자꾸만 나를 혐오하게 만드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면서, 이 세계와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