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LOG/이름을 붙여낸 글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필사 / 느낀점 / 발췌록

this_summer (이여름) 2023. 6. 12. 19:00
수레바퀴 아래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헤르만 헤세의 자전소설 『수레바퀴 아래서』. 명예심과 규격화된 인물을 만들려는 교육제도에 의해 서서히 파괴되어 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신랄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슈바츠발트라는 작은 마을에 재능이 풍부한 한스 기벤라트와 헤세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는 하일러 두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상반된 성격의 두 인물을 통해 자신이 십대 시절 겪었던 내면의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비유적 표현에서 우리는 한 개인의 내면과는 상관없이 강압적으로 돌아가는 물리적 세계의 톱니에 짓눌린 여린 영혼을 떠올릴 수 있다. 민감하고 불안정한 소년 한스 기벤라트는 헤세의 분신이다. 한스가 엄격한 신학교의 규율을 이겨내지 못하고 신경쇠약에 걸려 학교에서 쫓겨난 것, 작은 고향 도시로 돌아와 공장의 견습공으로 새로운 삶을 열어 보려 한 것 등은 헤세의 우울한 청소년기와 겹치는 장면들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헤세가 세계와의 갈등을 극복하고 마침내 자아를 발견하여 자신의 고통스러운 체험을 예술로 승화한 반면 한스는 엄격하고 딱딱한 집안 분위기와 학교 교육 및 사회 전통과 권위에 눌려 파멸하고 만다는 것이다.
저자
헤르만 헤세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9.01.20

📚 수레바퀴 아래서
⭐️ 3 / 5

💌 한 줄 요약 : 마을의 기대를 받던 소년이 신학교에 들어가서 꿈을 가져보지 못한 채 차츰 병들어가는 모습을 담은 소설
📍 독서기간 : 2023년 5월 25일 ~ 26일
📍 저자소개 : 헤르만 헤세 지음 / 김이섭 옮김
📍 키워드 : #쓸모 의 #강박 #희망없는삶

🔖 reading memo & question
🔖 sentence & idea

🏷️ 느낀점

63p 과학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은 오래된 포도주를 언제나 새로운 술 포대에 담는다. 새로운 술 포대에 담기 때문에 전통적인 가치를 망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예술가들은 얼핏 보기에 그릇된 주장들을 태연스럽게 고집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기쁨을 가져다 주었다. 이것은 비평과 창조, 학문과 예술 사이의 불평등한 오랜 투쟁이다. 이 투쟁에서 과학은 별다른 도움없이 언제나 정당성을 인정받아 왔다. 언제나처럼 예술은 믿음과 사랑, 위로와 아름다움, 그리고 영원에 대한 예감의 씨앗을 뿌려 왔다. 또한 풍요로운 토양을 새로이 발견하여 온 것이다. 그것이 삶이 죽음보다 강하고, 믿음이 의심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77p 수학의 세계에서는 미로를 헤매거나 남을 속이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에 들었다. 주제 영역을 벗어나 거짓스런 주변 영역을 서성거릴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한스는 라틴어를 매우 좋아했다. 왜냐하면 그 언어는 뚜렷하고, 확실하며, 좀처럼 의혹의 여지를 남기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140p 난 여기 신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가능하다면 최우등생이 되려고 다짐해 왔어. 넌 그걸 공부벌레나 하는 짓이라고 비웃었지. 그래, 나도 네 말이 옳다고 생각해. 하지만 어차피 그건 내가 품고 있던 이상이었어. 난 이것보다 더 나은게 있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단 말이야.
186p 줄기를 잘라 낸 나무는 뿌리 근처에서 다시 새로운 싹이 움터 나온다 이처럼 왕성한 시기에 병들어 상처 입은 영혼 또한 꿈으로 가득 찬 봄날 같은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마치 거기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내어 끊어진 생명의 끈을 다시금 이을 수 있기라도 한 듯이. 뿌리에서 움튼 새싹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나지만, 그것은 단지 겉으로 보여지는 생명에 불과할 뿐, 결코 다시 나무가 되지는 않는다.
198p 건강한 삶에는 나름대로의 내용과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젊은 기벤라트의 삶에서는 이미 그 목적과 내용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244p 고요하고, 맑고, 정감이 넘치는 가을날의 하루였다. 이런 날에는 지난 여름의 아름다운 일들이 고통을 모르는 즐거운 추억이 되어 부드러운 공기를 가득 채우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은 계절을 잊은 채 꽃을 찾으러 다닌다. 이런 날에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은 생각에 깊이 잠긴 듯한 눈으로 창가에서나 혹은 집 앞의 벤치에 앉아 먼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에게는 한 해뿐 아니라, 전 생애의 그리운 추억들이 맑고 푸른 가을의 하늘 너머로 흘러가는 듯이 여겨지기 때문이다.
260p 이 소년은 한창 피어오르는 꽃다운 나이에 갑자기 꺾여 즐거운 인생의 행로에서 억지로 벗어난 듯한 모습이었다.


[작품 해설]

267p ~ 268p <수레바퀴 아래서>는 자신을 짓누르는 가정과 학교의 종교적 전통, 고루하고 위선적인 권위에 맞서는 어린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데미안>에서는 기독교를 포함한 기존의 유럽 문화에 대한 회의와 비난이 퍼부어진다. 하지만 긴장으로 점철된 내적 위기, 세계의 부조화에 대한 고통은 <싯다르타>에서 지혜로운 조화의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그리고 <유리알 유희>에 가서는 구체적인 이상향의 전범이 제시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