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덴마크선생님, 정혜선 (2023.5.7(일))
⭐️ 3 / 5
💌 한 줄 평 : 덴마크의 국제 호이스콜레(대안학교)인 IPC에서 두 학기 동안 느낀 바와 경험한 바를 담은 책
🏷️ 느낀점
잔잔하고 평화롭고 위안되는 경험들을 담은 책이었다. 하지만 먼 이상과 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다만, 이 책에서도 언어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받았다.
<공부의위로>에서 등장했던 칼 융의 “상처 입은 치유자”와 유사한 이야기가 있었다. <인생의 역사>의 [그런 애국심 말고 다른 것]167p와 유사한 맥락도 있었다. 독서가 주는 큰 감동만큼 즐거운 일이 이 책과 비슷한 혹은 정반대의 결의 책이 떠올랐을 때다. 앎이 넓어지는 것 같아 좋았다!
- 저자
- 정혜선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22.01.28
📝 필사

34p 그룬트비는 실제 덴마크인들의 삶과 분리된 라틴어를 외우게 하는 학교를 죽음을 위한 학교라 칭했다. 호이스콜레는 죽음의 교육 앞에 들고 일어선 삶을 위한 학교다. 천사의 손과 별의 펜촉으로 쓰여진 책이라 할지라도 읽는 사람의 삶 속으로 녹아들지 않는다면 죽은 거나 다름없다.
40p 내가 그토록 원하는 더 깊은 지혜와 경험, 영감은 누가 거저 주지 않는다. 남이 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릴 게 아니라 두 발 벗고 들어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96p 생각해 봅시다.
ㅡ 당신의 기대는 공정한 거였을까요?
ㅡ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스스로 무언가 해 보았나요?
160p “그리고 이 학생이 무기력하다는 표현에도 동의할 수 없어. 도서관을 다닌다는 건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거야.“
”아녜요, 선생님이 한국 도서관이 어떤 곳인지 몰라서 그래요. 한국에서는 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 했을 때 시험 준비하러가는 곳이 도서관이에요.“
149p ”덴마크는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는 나라예요. 그래서 이 나라 젊은이들은 실패했을 때 온전히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넉넉지 못한 집안 형편이나 부공정한 사회 구조를 탓할 수가 없는 거죠.“
-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는 삶은 너무 슬플 것 같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자기 자신에게서만 찾을테니까. 때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을 텐데 말이다.
159p 기독교 영성이 없는 사회주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잔혹한 힘을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 문제에 참여하지 않는 기독교 영성은 결코 진짜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1919년 피터 매니케는 학생일지에 이런 기록을 남겼다.)
165p ”이 세상의 모든 치유자들은 단 한명의 예외 없이 자기 자신이 치유되어야 했던 사람들이야.“
- 칼 융의 ”상처입은 치유자“와 맥을 같이하는 것 같다. 이렇게 또 한 책에서 또 다른 책을 발견하는 값진 독서 경험을 얻었다.
207p 나는 생각했다. 아직 야생에서 자랄 만큼의 힘이 없다면, 나를 큰 화분에 옮겨 심고 싶다고. 작은 화분에 맞추기 위해 내 꿈의 푸른 이파리들을 잘라내고 싶지 않다고. 나는 이제 곧 마흔이 되겠지만, 좁은 생각과 관습에 갇히고 싶지 않다.
210p 문득 지난여름 헬싱외르 클릭 페스티벌에서 보았던 대만 연출가의 연극이 생각난다. 연극 속에서 대만 남자는 덴마크 남자에게 되풀이해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사는 너도 울어 본 적이 있느냐고, 마지막으로 울어 본 것이 언제냐고, 그리고 안데르센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로 왜 그렇게 슬픈 이야기를 많이 썼느냐고.
- 왜일까? 동정심일까? 측은지심일까? 행복한 나라에 사는 이 행복한 이들의 눈물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230p 옆에서 듣고 있던 소렌 선생님이 거들었다. “민주주의와 복지 제도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재교육하는 일이 중요해. 우리가 신경 써서 지키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거든. 요즘 자라나는 덴마크 아이들은 복지 제도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 우리가 스스로를 조직하고 싸워 왔다는 걸 교육해야만 해. 지금도 여전히 싸우고 있지. 그 옛날 농부들이 힘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했다면 그 다음에는 노동자들이, 여성들이 나섰고, 지금은 이민자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고 있어.”
- 조직하지 않으면 아무런 힘도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 조직에서 떨어져 나오고 싶었다. 아무와도 관계하고 싶지 않다는 비현실적인 이상 속에 살고 싶었다. 그 와중에 내 권리를 잃고 싶진 않았다. 찾고 싶었다.

267p “이성이란 나의 입장을 넘어서서 볼 수 있는 힘이다. 너는 정말 너 자신의 입장을 넘어서서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을 볼 수 있는가?“ (클라우스 선생님의 질문)
280p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을 넘어서 세상을 볼 수 있는 성숙함을 요구한다. 그래야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끊임없는 재교육만이 민주적 질서로 작동하는 복지 제도를 지킬 수 있다는 게 덴마크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런 호이스콜레 모델을 세계적으로 펼쳐 낸 곳이 내가 다니고 있는 ipc다.
294p 우리의 대화는 긴장의 파도를 타고 넘실댔다. 누군가는 속상해하고, 누군가는 오해하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국 알게 된 것은 우리는 싸우고 싶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인 우리는 서로 미워하고 싶지 않다.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전쟁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을 원했던 것은 누구인가. 우리가 서로를 미워하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인가.


<<인생의 역사>> 167p, 이런 개인들의 목소리를 옹호하는 일은 공동체의 운명에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개인이 되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다만 권세 있는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애국하라고 말할 때 그 말은 자신들도 하지 못하는 일을 우리에게 하라는 말이어서 따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하고도 가능한 일은, ’평상시에‘ 누군가의 사랑이 다른 누군가의 사랑보다 덜 고귀한 것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 ‘유사시에’ 돈도 힘도 없는 이들의 사랑이 돈 많고 힘있는 이들의 사랑을 지키는 희생물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 그리하여 ‘언제나’ 우리 각자가 사랑하는 삶을 계속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그러니까 평화를 함께 지켜내는 일일 것이다. 이런것도 애국이라면, 애국자가 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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