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곽아람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22.03.20

📚 공부의 위로, 곽아람 (2023.5.5(금))
⭐️ 4.5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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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 평 : 나의 대학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자, 더 공부 하고 싶게 만드는 책
📍 줄거리 요약 : 40대가 된 기자가 자신이 대학생 때 배웠던 수업들을 반추해보며 그 시절 이야기와 지금의 생각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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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 : #대학시절 #암기 #주워듣는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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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estion & answer
-15p, 인생에서 획기적인 때는 언제였을까?
2017년에서 2018년, 휴학하고 공부했던 그 기점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23년을 살며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학교에서 멀어지면서 전공과 먼 꿈을 꾸게 되었고, 그 때 했던 공부 덕분에 나는 이 곳에 있을 수 있었다. 암기하는 공부의 의미를 알게 되기도 했다. 모든 책임소재를 나에게 돌리고는 괴로워하는 삶을 살았는데, 노력한다해서 무조건 내 길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심적으로 편안함에 이르를 수 있었다.
- 대학생활을 돌아보며, 책의 한 꼭지를 쓴다면?
중국학세미나 / 4학년 1학기, 전공필수 과목
🔖 sentence & idea
-131p, 절반의 앎인 암기에 대하여
어문 전공생으로서 따분한 암기가 정말 싫었다. 결국 전공자임에도 어떠한 외국어로도 해내지 못했고, 여전히 마음 속 깊은 숙제로 자리하고 있다. 10대때는 암기가 무슨 소용이냐며, 주입식 교육방식이 무척이나 싫었다. 하지만 고시공부를 하면서 ‘암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정말 싫어했던 세법을 공부하면서 외우고나서가 진짜 공부의 시작이라는 걸 알았다.
어린시절 읽은 그리스로마신화도 떠오른다. 어렸을 때 암기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읽은 건 아니었지만, 한 권당 최소 5번에서 10번정도 읽었다. 당시 누릴수 있는 유일한 만화책이었기 때문이다. 근 20년이 지났음에도 그리스로마신화의 내용은 아직도 남아있다. 단편적으로 신화에 대해 다시 알게될 때마다 충격적이긴 하지만…
🏷️ 느낀점
책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내 이야기와 겹쳐질 때 더 재미있었다. 내가 대학교 4년, 휴학하면서 공부했던 2년의 시간동안에 나도 꽤나 많이 쌓였구나. 중국학, 미학, 철학, 경영학, 경제학, 법학, 회계학. 다양한 공부는 각기 다른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의 궤적들은 내 삶에 굳게 새겨졌다. 특히 암기했던 부분은 더더욱. 직전에 읽은 책인 <인생의 역사>에 수록된 시나 시인이 등장하면 내 앎의 넓이가 더해지는 것 같아 더 좋았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싶다. 포기했던 언어 공부를 다시 하고 싶다.

📝 필사
15p 흔히들 ‘획기적’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앞 시대와 획을 그어 확연히 구분될 만큼 다른 시기가 왔다는 말이에요.
37p 사람을 사귈 때면 항상 마음속 지층을 가늠해 본다. 이 사람은 어느 층위까지 내게 보여줄 것이며, 나는 내 안의 어떤 층위까지 그를 허용하고 인도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층위마다 차곡차곡 고인 슬픔과 눈물과 어두움과 절망과 상처와 고통, 기쁨과 웃음과 약간의 빛의 흔적……
62p 인문교양의 힘이란 남과 같은 것을 보면서도 뻔하지 않은 또 다른 세계를 품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는 것 아닐까? (중략) 수업 시간에 습득한 것들은 젊은 날 잠깐 머릿속에 자리했다 세월이 지나면 이내 사라져 버린다. 그렇지만 싹은 물 준 것을 결코 잊지 않고 무럭무럭 자란다고 했다. 식견이란 지식을 투입하는 그 순간이 아니라 추수 끝난 논에 남은 벼 그루터기 같은 흔적에서 돋아난다.
78p 살다 보면 노력하지 않아도 인생의 슬픈 맛이 저절로 내 안에서 우러나게 되어 있는 건데 그때는 왜 그랬을까 싶다가도 이내 억지로 짜낸 젊은 슬픔의 힘으로만 부를 수 있는 노래라는 게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117p 무용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쓸모 없는 것을 배우리라 도전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젊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자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는 걸. 그 시절 무용해보였던 수많은 수업들이 지금의 나를 어느 정도 ‘교양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131p 누군가는 ‘암기’를 ‘절반의 앎’이라며 비웃지만, 그 절반의 앎이 시작되지 않으면 완전한 앎이란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163p 20여 년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아직도 조이스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는지는 명확히 모르겠다. 그 모호함, 해답 없음, 그래서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더블린 사람들>과 그 수업이 내게 준 가장 값진 가르침인 것 같기도 하다. 남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거듭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훈련을 하게 되었으니까. 명료한 답이 나오지 않아도좋다. 이 지의 여정은 나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181p 자신이 누구인지 비로소 알게 된 순간 파국에 이른 오이디푸스처럼, 답을 듣고 나면 내 눈을 찌르고 싶을 만큼 부끄러워질까봐.
209p 생각하는 만큼 인간은 발전한다고 믿는다. 그간 사용하지 않았던 뇌의 다른 부위를 흔들어 깨워 억지로라도 열심히 쓰다 보면, 우수함을 타고난 이들만큼은 못해도 “서당개 3년에 풍월을 읊는다.”고, 어느 정도 문리가 트이게 된다. 뇌도 근육이라 잠들어 있던 부분을 인식하고 단련하면 힘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215p <파우스트>를 읽고 느낀 허무에 대해서 썼더니, 선생님은 이렇게 적어 주셨다. ”허무는 가장 자양분이 많은, 생산성의 토양입니다.“
216p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
229p 인간은 자주 착각하고, 착각을 진실로 믿어 가끔식 위대한 힘을 발휘하고, 착각에서 깨어나 슬퍼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착각한다. 착각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흔들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인간의 취약성을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인문학의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51p “spiritual but not religious”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음, 종교적이지만 특정 종교에는 얽매이지 않음.
- 나도 영적인 존재와 운명같은게 있다고 믿지만, 신을 믿진 않으니까 외워둬야지!
255p 제의적 시간인 ‘카이로스(kairos)’와 일상의 시간인 ’크로노스(kronos)’에 대해 배운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카이로스는 ‘고비(crisis)’로서의 시간”이라고 나는 메모해 두었다. 그 고비를 넘기고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시작하는 개념의 시간이라, 우리에게 익숙한 선적 연대기인 ‘크로노스’와는 다른 것이라고. 매시간 우리는 종교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한 응답을 받았다. 신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했지만, 자기 자신을 향한 질문이기도 했다. “진정한 물음은 존재론적인 정의”라고 오래된 대학 노트에 남아 있는 스물셋의 나는 말한다.
288p ‘예민한’이라는 형용사가 ‘무던한’이라는 형용사와 대척점에 자리하며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 수업을 들으면서 그것이 나의 잘못이 아니라 기질상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고, 더불어 용서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295p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라는 칼 융의 개념을 나는 좋아한다. 상처 입어본 사람만이 타인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는 건 글쓰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만 하는 숙명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오래전 그 수업 시간의 프린트물 한 귀퉁이에, 나는 파란색 펜으로 선생님이 들려준 말을 메모해 놓았다.
일기를 쓰면 행복감이 증진됨 -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지지받는 경험을 할 수 있으므로.
- 오늘(5/5) 고민한 모닝페이지의에 대한 답이 될수도?

306p 그 낡고 허름한 지상의 강의실에서 우리는 천상의 언어를 배우고 있었고, 그 언어는 대부분의 수강생들에게 삶의 잉여였지만 분명 ‘위안’이었다. 세상은 우리에게 ‘쓸모’를 요구하지만 유용한 것만이 반드시 의미 있지는 않으며 실용만이 답은 아니라는 그런, 위로.
307p 다시 <수레바퀴 아래서>로 돌아가자면, 한스 기벤라트를 죽인 것은 공부가 아니었다.
‘쓸모’에 대한 세상의 강박이었다.
319p “I would prefer not to” 미래에 관한 모든 질문 앞에서 나는 자신이 없었고, 대답을 유예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즉답을 요구했다. 괴로움은 그 간극에서 왔다. (멜빌 <필경사 바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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